새로움보다 익숙함만 찾는 나에게.

루이비통 재단 미술관.
별 기대 없이 간 전시.

기대도 없이 들어선 공간에서, 내 마음이 멈춘 순간이 있었다.


데이비드 호크니. 1937년생,

86세인 지금도 매일 그림을 그리고

70세가 넘어서 처음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.

나보다 할아버지가 더 트렌디하네?

어딘지 모르게 찔렸고, 동시에 좋아졌다.
그 순간부터 호크니의 그림이, 그의 삶이, 조금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.


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자주 했던 생각들
“이제 저런 건 안 해도 되지.”
“굳이 새로운 걸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아.”
“나이가 있는데…”

하지만 호크니는 정반대였다.

오히려 새로운 장난감을 얻은 아이처럼 매일 그리고, 매일 실험했다.


전시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유명한 스플래쉬가 아니었다.

같은 풍경을 1년간 바라보며 그린 풍경화들이었다.

봄, 여름, 가을, 겨울—네 계절이 한 장에 겹쳐 있는 풍경화.

파리에서 돌아온 뒤, 한 번도 열지 않았던 도록을 오늘 다시 펼쳤다.
그림을 보며 생각했다.

‘삶도 이렇구나’


지금 내 시간은

정체되어 있고, 막혀 있는 느낌의

겨울 같기도 하다.

그럼에도 분명한 사실 하나는

지금은 겨울이라도 언젠가 봄은 온다.

결국 계절은 다 모여야 한 장의 풍경이 되니까

나도 내 그림을 다시 시작해야지

그림을 그린지 벌써 60년 되었다.
나는 여전히 그림을 그린다.
그렇다.
나는 아직도 이 일을 엄청 즐기고 있다.

데이비드 호크니